2019/09/29 02:03

오솔길 대체로 술 마시고 적는 글들.





저녁 늦게 그친 비와 섞인 도로의 공기가 꽤 짙게 느껴지는 계절에 108동을 나와 정말 단 하나도 변하지 않은

단지 내 거리를 걸었다. 길 건너편 버스정류장엔 가디건을 걸친 아주머니 한 분과 

아무 표정 없는 고등학생 한 명이 버스를 기다리고 있었고

곧이어 3명 정도를 태운 96번 버스를 보며 버스 내부가 참 밝다는 생각을 하며 정차하는 모습을 바라보며 걸었다.

'특별할부 72개월' 이 쓰인 현수막을 보고 72개월이면 몇 년일까를 계산하며 모퉁이를 돌아 동네 언덕을 

올라가는 길에 보이는 4층짜리 건물 계단 하나에 걸려있는 추억의 시선에 걸린다.

우리는 이미 몇 번의 이별을 반복했고 정말 마지막이란 생각이 되었을 때 마음에 아무런 느낌이 없이 예사스럽게 나는 

이별을 고했다, 실감도 안 나는 이별에 집으로 걸어가고 있는 도중 꽤 많은 양의 소나기가 내렸고 

서둘러 피한 건물 계단에서 우리의 2년을 돌이켜 보았다. 무자비할 정도로 담담한 마지막.

12년 전의 나를 남겨두고 걷다가 강아지의 뒤척임에 문득 잠이 깼고 새벽 공기가 꽤 쌀쌀해졌음을 느꼈다.


한참 더 걸어야 했는데, 그래야 도착하는데.

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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